고백 고백/ 양동진 갈래머리와 소년은 나란히 풀밭에 누웠다. 뭉게구름이 하늘을 유유히 흐르고,바람에 나뭇잎들이 으스스 몸을 비비며 휘청거렸다. 돌담 옆으로 작은 도랑이 수줍은듯 졸졸졸 흐르다가 이내 잦아들어가고,가끔 경운기 소리에 풀잎위에 앉아있던 고추잠자리가 흔들렸.. 창작글 2014.07.13
시장통 풍경 시장통 풍경/ 양동진 한림에는 닷세마다 열리는 오일장이 있었다.시장통이라 불리우는 동네,몇 개의 색시집과 술집들이 즐비했고 밤마다 취객들이 풀고 간 돈들이 시장을 활기차게 했다. 밤새 술냄새가 풍겼고 어둔 골목에 토사물과 소변냄새가 칙칙한 전봇대 밑에 흥건했다. 밤.. 창작글 2014.07.13
이론과 실제 이론과 실제/ 양동진 누구나 살아가면서 사람들은 자신만의 이상을 갖고산다. 나는 순수하고 자연적인 것,인간적인 것들에 대한 동경이 있었다.가령 시내에 있는 우체국을 간다면,걸어서는 20분이요,자전거나 차로가면 5분 거리인 그곳으로 간다하면,주저없이 나는 전자를 선택한.. 창작글 2014.07.13
오빠 생각 오빠 생각 양 동 진 오빠가 들려주던 하모니카 소리 솔솔바람 부는 언덕에 고즈넉이 내려앉은 안개꽃 같은 두런두런 꿈같은 이야기보따리 펼쳐보였지 그 누구의 연주보다 포근하고 아늑해 들숨과 날숨, 번갈아 숨 가쁘게 선율을 뿜어 올리면 산들바람 인 듯 퍼져가는 음표들은 어.. 창작글 2011.12.11
공터에 둥지를 틀고 공터에 둥지를 틀고 양 동 진 사람 손길 타지 않은 땅, 쓸모 없다는 말 수정되어야 한다 말하는, 민들레 무주공산의 빈 들판 먼저 깃발 꽂으면 자기 땅 된다는 건 식물 나라엔 일상 통용되는 법 몇 개의 비닐봉지 먼지처럼 풀럭이고 내버려진 양심, 가끔 아가리 벌린 냉장고로 뒹굴.. 창작글 2011.12.01
슬픈 가족 / 양동진 슬픈 가족 양 동 진 아버지는 동굴 이었다 깊고 음침한 채 사시사철 온도와 습도가 균일한 생각 속에 결코 아무도 들여보내주지 않는 동굴,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자고, 가끔 사랑이 그리워 꽃에 달려들다가 용도가 다하면 밀려나 곤했다 그러면 또 다른 꽃 찾아 유랑을 하지만 동굴.. 창작글 2011.11.22
가게 안에 동물 이야기 가게 안에 동물 이야기 양 동 진 양 한 마리 먼지를 털고 있다 병아리 몇 마리 아장아장 떼로 몰려다니다 줄줄이 들어선다 울긋불긋 색들에 눈이 팔려 한참을 만지작만지작 여기저기 쪼아본다 단것들 입에 주렁주렁 물고 다시 줄줄이 빠져 나간다 암탉 아줌마 병아리 달고서( 불량.. 창작글 2011.11.03
똥개 똥개 양 동 진 나는 똥개다, 비천한 자라 생각한 적 추호도 없지만 뭇사람들 그렇게 부르곤 하지, 그래도 몇몇 식자들은 고맙게도 황구나 누렁이라 불러주었죠 그 배려와 호의에 눈물을 찔끔 흘린 적도 있었지요 나, 대대로 이 땅위에 살며 여염집 귀퉁이에 터를 잡고 태평성대 했.. 창작글 2011.11.03
하모니카 아저씨 하모니카 아저씨 양 동 진 한 손이 없던 아저씨는 남은 손으로 하모니카를 썩 잘 부셨지 팔랑거리는 빈 옷자락을 주머니에 쭈글쭈글 구겨놓고서 두 손 못지않은 손놀림으로 참 현란하게도 불어 댔었지 목재소 톱날에 팔이 달아나고 난 뒤 한동안 세상을 등지고 앉아 매양 아무도 .. 창작글 2011.10.29
살아남은 물고기 살아남은 물고기 양 동 진 내가 사는 동네는 시골이라 겨울이면 씽씽 겨울축제가 열리죠 물을 잠깐 가두어두면 한겨울의 한기가 천연의 빙판을 만들고 그 물에선 터줏대감이라 해봐야 쪼그만 물고기들이 전부인데 팔뚝만한 송어들을 실은 파란 물탱크에선 불법 이주민들이 쏟아집니다 하루에 두 번, .. 창작글 2011.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