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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개

풍경소리(양동진) 2011. 11. 3. 19:24

                         똥개  



                                             양 동 진




나는 똥개다,  비천한 자라 생각한 적 추호도 없지만

뭇사람들 그렇게 부르곤 하지, 그래도 몇몇 식자들은 고맙게도 황구나 누렁이라 불러주었죠

그 배려와 호의에 눈물을 찔끔 흘린 적도 있었지요 


나, 대대로 이 땅위에 살며 여염집 귀퉁이에 터를 잡고 태평성대 했어요   

허나 인간들도 막지 못한 개방의 물결을 거스를 순 없었죠.

알록달록 화려한 견종들이 제비가 간다던 그 곳의 삶을 살기도하고,

더러는 주인 따라 뒤웅박팔자가 되기도 하더군요 


나, 풍찬노숙으로 살고 있는데 

문득 창문너머 호위호식 하는 이방 견과 

눈과 눈이 맞대는 순간, 경멸의 눈길을 느꼈어요 

(혈통도 허접하고 족보도 없는 놈)이라며 멸시의 눈초리로 컹컹 거리더군요   


이렇게 한뎃잠 자는 것도 서러운데, 

이 땅위에 대대로 떵떵거리며 살았던 나인데, 

이 금수강산인 내 텃밭에서 수모 아닌 수모로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어요

이렇게 관심에서 서럽게 밀려난 신세가 처량해서요  


이국의 화려한 터럭과 알록달록 염색으로 치장한

부티가 반지르르 넘쳐나는

그 낯선 개 앞에서

자꾸만 쪼그라드는 내가 미웠어요 

그러고선 또  속울음을 삼켰지요 


청잣빛 개밥 그릇엔 덕지덕지 밥알의 흔적들만 서려있고

먼지는 더덕더덕 눌러 붙어 

돌보지 않는 무심함이 묻어났어요 


아, 나는 꿈을 꾸어보아요 노란 환상의 꿈을요 


주인의 체온 서린 따스운 온기의 아랫목으로 기어들어가

개 줄도 벗어 버리고 차별 없는 주인의 체온을 느끼며 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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