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글

하모니카 아저씨

풍경소리(양동진) 2011. 10. 29. 20:48

          하모니카 아저씨 



                                     양 동 진




한 손이 없던 아저씨는 남은 손으로 하모니카를 썩 잘 부셨지

팔랑거리는 빈 옷자락을 주머니에 쭈글쭈글 구겨놓고서

두 손 못지않은 손놀림으로 참 현란하게도 불어 댔었지


목재소 톱날에 팔이 달아나고 난 뒤 한동안 세상을 등지고 앉아

매양 아무도 없는 이 언덕에 올라 서러운 인생을 읊듯 붕붕 하모니카를 부셨어 

한손의 허전함을 그 입술소리에 날려 보내고 눈물도 수없이 삼켰드랬지


그 아제 이젠 더 이상

이 언덕에서 슬픈 하모니카 소리 들려주지 않았어

그 아픔도 따스하게 감싸주는 생의 반쪽을 만났거든

아줌마는 또 다리 한쪽이 허공이어서 

둘은 그렇게 서로 아끼고 위로하며 살았지


담 너머 들리는 깨알 같은 웃음소리로 그들의 행복을 엿듣곤 했지

그 둘은 그렇게 서로에게 정겨운 하모니카 소리 들려주길 좋아 했어 

정작 언덕위에 서성거리던 나는 섭섭했지만,

아제의 밝은 웃음을 멀리서 쳐다볼 수 있어 그냥 좋았어  


지금도 몰래듣던 그의 하모니카소리는 아렴풋한 회상에 젖어들게 하지

들판에 휘청거리는 풀들이 율동을 하고 바람소리는 장단을 맞추던

그 시원한 언덕너머 들려오던 그 추억의 소리에

흐뭇하고 잔잔한 행복의 물결에 잠시 잠겨보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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