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글

오동나무의 꿈

풍경소리(양동진) 2011. 10. 21. 18:08

                오동나무의 꿈   



                                                        양 동 진



오동도 울고 가는 그런 시절이 있었지요 저는 가락국의 애지중지 보물 이었죠

한 때는 멋진 소리를 피워 올리던 꽃 같은 시절 에는요 시간가는 줄도 몰랐어요

내 몸에 걸린 열두 줄의 현이 그렇게 깊은 향을 피워낼 줄도 

청자의  마음마저도 울려대던 그 심금의 소리를요


그 명주실 가닥에 몸을 감고선 탱탱하게 매달린 그 현이

저에겐 하나도 버겁지가 않았어요 섬섬옥수의 손으로 날 어루만지며

호수에 물방울이 튕기듯 나를 타는 그 손짓에 울컥하고 심금을 울렸어요  

나도 모르게 비명을 질러댔어요 색색의 울림들은 희로애락의 가락이 되었구요

둥기둥기 어루만져주는 손길이 참 좋았어요 파도를 타듯 현삭을 타며 오르내리는

 그 손길이 현란하기도 하구요 사람들은 그 가락에 귀를 열고 심중에 담아두곤 했지요

어쩌면 저마다의 한을  옹달샘처럼 감추어 두구요  그런 깊은 연유로요    


둥기둥 둥기둥 나를 뜯어 보세요 당신이 원하던 휴식과 안락을 내어 줄 거예요

뜯으면 뜯을수록 샘솟는 무언가가 차오를 겁니다

 채울 수 없는 공허한 그것도 차오를 수 있거든요

우리 가락은 참 오랫동안 우리네 핏줄 속에 살다가 은연중에 살아 나오기도 하죠 


한가한 벤치에 앉아 오동나무 곁에서 상상의 현삭을 뜯어 보세요

허공에 손을 얹고 바람 같은 가락을 저어보세요

그 나뭇잎에 반향 하는 깊고 그윽한 떨림이 느껴지지 않나요

동기당기 흥겨운 어깨춤이 절로 흘러나와요


가얏고는 죽지 않았어요  오동 가지가지마다 그의 숨결을 저며 두고 있으니까요 

언제라도 부르면 튀어나올 수 있게요 동기동기 어디선가 정겨운 가락이 흘러요

내 현성은 바이올린 못지않은 매력을 갖고 있어요 우리 몸엔 우리가락이 좋지 않나요

창탄하는 슬인의 자태가 눈부셔요 둥당둥당 동당동당 둥덩둥덩

벗줄도 흥겨워서 더불어 추임새를 넣구요 둥기당당

석상동 출신인 나는 최고의  명품이래요 

둥당둥당 리듬을 탈 때 마다 나는 파르르 영혼의 치를 떨어요 


어떤 놈은 지체 높은 안방 오동장롱으로 팔려 나가구요

나는 햇빛을 좋아해 곧게, 곧게 치솟는 걸 좋아하죠 

양지를 좋아해 그늘아래선 시림시름 하구요 

그래도  팔자가 좋아 이렇게도 고운 소릿결로 살아가며

이슬 같은 쉼표들을 쏟아내고 있어요

오동나무 밑에 앉아 저를 느껴보세요 저를 퉁겨보세요 푸른 기쁨들이 쏟아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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