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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통 풍경

풍경소리(양동진) 2014. 7. 13. 07:42

시장통 풍경/ 양동진

 

한림에는 닷세마다 열리는 오일장이 있었다.시장통이라 불리우는 동네,몇 개의 색시집과 술집들이 즐비했고 밤마다 취객들이 풀고 간 돈들이 시장을 활기차게 했다. 밤새 술냄새가 풍겼고 어둔 골목에 토사물과 소변냄새가 칙칙한 전봇대 밑에 흥건했다. 밤늦도록 아이들의 숨바꼭질도

휘황한 술집간판처럼 신나있었다.낮과 밤

한성옥 청수장 동백정은 3대 색시집이였다.

육지에서 인생의 어둔길을 헤매다 팔려온 색시들이 빚에 짓눌려,술과 담배로 청춘을 연명하고 있었다. 질탕한 술판을 지나온 아가씨들이 노랑머리 빨강머리 시뻘건 매니큐어를 하고,한림탕으로 들어갔다.

밤의 숙취를 씻으려는 듯 낯선 화장품 냄새가 욕탕 앞을 가득채웠다. 잘나가던 한림탕의 전성기는 요정의 분주함과 맞물려있었다.

 

 

태풍이 다가오는 소식에,

근처의 바다에서 그물이나 낚시를 던지던 통통배들이 기어들곤했다. 물위에 몇달씩 떠나니던 선원들은 뭍에 내리자,밀려오는 해방감과 들뜸으로 밤새 술을 퍼날랐다.색시집에는 그들이 뱉어내는 지방 사투리들이 바쁘게 오가며,희열에 들떠 날이 새는 줄도 몰랐다.

 

장이 서는 날에는 약장사들이 판을 치고,새끼 원숭이가 사람처럼 재주를 부리고,

약의 효능에 대하여 게거품을 물며,하나의 약이라도 더 팔려고 혈안이 되있었다. 나어린 아이를 골라,그 약을 먹고 잠시후 아이의 엉덩이에서 팔뚝 길이만한 회충이 뽑혀나올때,사람들은 탄성으로 약의 효능에 대하여 확신하는 눈빛으로,지폐를 흔들며 약을 달라고 손짓했다. 바쁘게 오고가는 손들 사이로 갈색 약병들이 쉴새없이 쥐어졌다. 지금도 나는 그 엉덩이에서 당겨져나오는 하얀 빛깔의 회충을 잊을 수 없다.가끔 단단한 차돌을 깨트리는 소리가 함성과 함께 시장의 천막사이로 흘러나왔다.

다닥다닥 붙어있는 하얀 차일들이 연이어 붙어있는, 낡은 나무들이 뼈대가 되어,바람에 천들이 많은 인파 속에 풀럭였다.

아이들은 삼삼오오 몰려다니며 버려진 비닐통을 줏으러 다녔고, 더러는 떨어진 동전의 행운으로 웃음짓는 아이도 있었다.

 

여름이면 축항에 모여 밀물로 차오른 바다에 다이빙을 하고,뜨거운 태양에 등짝이 그을려도 아랑곳없이,수영과 손을 잡고 하루종일 놀았다. 하얀 팬티 한 장이면 하루를 노는데 지장이 없었던 그 시절,물안경과 오리발은 동경의 대상이였다.

바다에 쳐박히는 다이빙에, 배치기는 조롱의 대상이였지만,아픔은 잠시 챙피함으로 한참이나 물속을 머물다나왔다.

 

풍신당 빵집에서 아침마다 딸기우유를 사러가서,곰보빵과 단팥방에 침만 흘리며 돌아왔다. 아버지는 아침마다 딸기우유를 마시는데,동생과 나는 애절한 눈빛으로 올려다보곤 했다.딱 한모금 남았을때 내려놓으면,두 입이 맛을 보는데, 순간의 흡입으로 많이 마셔버린 날에는 닭똥같은 눈물을 흘리며,원망의 눈빛을 쏘아대곤했다.

 

축항에 난데없이 숭어들이 몰려다닐 때가 있다. 어디선가 강태공들이 낚싯대를 드리우고,팔뚝만한 숭어들이 낚여져올라왔다. 순간의 낚아챔으로 머리나 배에 걸려 올라오는 놈들도 있었다.

 

한여름이면 보건소 소독차가 꿈속같은 안개를 마구 풀어대서, 아이들은 꿈을 먹고자랄려고 마냥 쫓아다니다,어른들의 꾸지람에 멈칫하다가, 다시 안개속으로 들어가서 까르르 웃어제쳤다. 나는 휘발유 냄새가 좋아서 따라다닌곤 했다. 나타났다 사라졌다 숨박꼭질처럼 구름같은 연기를 따라다니는건 우리에겐 오락같은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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