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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론과 실제

풍경소리(양동진) 2014. 7. 13. 07:38

이론과 실제/ 양동진

 

누구나 살아가면서 사람들은 자신만의 이상을 갖고산다. 나는 순수하고 자연적인 것,인간적인 것들에 대한 동경이 있었다.가령 시내에 있는 우체국을 간다면,걸어서는 20분이요,자전거나 차로가면 5분 거리인 그곳으로 간다하면,주저없이 나는 전자를 선택한다. 바쁘지 않은 상황이라는 가정하해서 말이다.내 반쪽은 그곳을 갈 적에 택시를 애용하는데,운동겸 또는 지구의 허파를 위해서 걸어거는게 어때,

라고 말을 던지면,총알같이 튀어나오는 말,

당신이나 그렇게 하쇼,좀 멋적고 뻘쯤해서는

담부턴 이 얘기하지말아야겠다,맹세하면서도 속엣말로 하나뿐인 지구라고 되뇌이곤한다.캐나다 어느 곳엔 모 종교집단이 있는데,아직도 운송수단으로 마차나 자전거 이런것들이 활성화된 곳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때,나같은 생각으로 사는 사람들도 있구나,생각했다. 그런 연장선에서 아이와 아버지가 그려내는 따뜻한 시골 추억같은 걸 생각했다. 우체국 가는 그거리만큼 딸의 학교가 있었다.내 사상과 내 철학의 실천삼아,딸과 자전거로 아침에 같이 가기로 했다.교통이 번잡하지 않은 읍단위 마을이였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하면서,뒷 자리에 딸 앞자리엔 아빠,참 좋은 그림처럼 싱그럽게 달리는데,오르막이 문제였다.땀이 살짝나고 짜증도 살짝 얼굴을 내밀었다.낮은 언덕도 이른아침엔 만만치 않았다.때이른 코스모스가 한들거리며 길가에 서있었고,내리받이 언덕에서 바람을 가르며 내려가는데,어디선가 아아아아아

발성연습하듯 가녀림 반 애절함 반이 섞여있는 목소리가 들려왔다.멀리서 들리는듯 하다 점점 가까이 들리는 소리

아아아아아 왠걸,바로 뒷자리서 들리는 소리였다.앞에 언덕을 쉽게 올라갈 요량으로,내리막 속도에 취해있던 나에게,

흠칫 불길한 예감처럼 들려오던 소리.

딸아이의 아픔의 소리였다.바큇살에 끼인 발이 쓸리는 고통의 소리였던 것이다.당황해서는 아내에게 전화하고,5분 대기조처럼 달려온 아내의 쓴소리...

낭만좋아하다 딸잡게 생겼네! 지나가는 소리로 말을 흘렸지만,자연주의를 신봉하는 나의 가슴에 비수를 꼳았다.응급실로 들어가 드레싱을 하고 흰코스모스 빛깔의 붕대를 친친감은 딸은,아무 소리없이 집으로 돌아왔다.방학식날 사고나서 다행이네,내가 한마디 거들었지만,겨울 찬바람처럼 냉랭한 아내의 마음을 추스르기엔 역부족이였다. 세상사는게 이론과 실제는 다르다는 걸,뼈저리게 느낀 칡차처럼 씁쓸한 아침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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