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글

오빠 생각

풍경소리(양동진) 2011. 12. 11. 12:51

                   오빠  생각   



                                                    양 동 진


오빠가 들려주던 하모니카 소리

솔솔바람 부는 언덕에 고즈넉이 내려앉은 안개꽃 같은 

두런두런 꿈같은 이야기보따리  펼쳐보였지

 

 

그 누구의 연주보다 포근하고 아늑해 
들숨과 날숨, 번갈아 숨 가쁘게 선율을 뿜어 올리면
산들바람 인 듯  퍼져가는 음표들은 어깨춤을 들썩였지 

 

턱까지 차오른 힘겨움도 버거움도
동생의 함박웃음으로 잊곤 했지
그 반짝이는 초롱꽃 눈망울에 힘든 줄도 몰랐었지 

 

매미가 짧은 생 울부짖던 한 여름의 무더위도
시원한 하모니카 한 줄기면

마냥 까르르 까르르 

 

세월이 이끼 낀 고목처럼 야위어 갈 때  
그 바람소리 나지막한 언덕에 앉아

풀잎 같은 옷깃을 매만지다  바람을 끌어 안아보았네  

 

가슴에 커다란 구멍처럼 빠져나가 시간이 
그  한적한 언덕에 맴돌다가 서성거리다가

너는 누굴 기다리는 거니,  산들바람  하모니카 소리야!

'창작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장통 풍경  (0) 2014.07.13
이론과 실제  (0) 2014.07.13
공터에 둥지를 틀고   (0) 2011.12.01
슬픈 가족 / 양동진   (0) 2011.11.22
가게 안에 동물 이야기   (0) 2011.1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