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생각
양 동 진
오빠가 들려주던 하모니카 소리
솔솔바람 부는 언덕에 고즈넉이 내려앉은 안개꽃 같은
두런두런 꿈같은 이야기보따리 펼쳐보였지
그 누구의 연주보다 포근하고 아늑해
들숨과 날숨, 번갈아 숨 가쁘게 선율을 뿜어 올리면
산들바람 인 듯 퍼져가는 음표들은 어깨춤을 들썩였지
턱까지 차오른 힘겨움도 버거움도
동생의 함박웃음으로 잊곤 했지
그 반짝이는 초롱꽃 눈망울에 힘든 줄도 몰랐었지
매미가 짧은 생 울부짖던 한 여름의 무더위도
시원한 하모니카 한 줄기면
마냥 까르르 까르르
세월이 이끼 낀 고목처럼 야위어 갈 때
그 바람소리 나지막한 언덕에 앉아
풀잎 같은 옷깃을 매만지다 바람을 끌어 안아보았네
가슴에 커다란 구멍처럼 빠져나가 시간이
그 한적한 언덕에 맴돌다가 서성거리다가
너는 누굴 기다리는 거니, 산들바람 하모니카 소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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