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시

아무도 말해 주지 않았다

풍경소리(양동진) 2011. 10. 22. 19:43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다 



                                    양 동 진



어촌 마을에 티브이도 몇 대 없던 시절

토요일마다  찾는 극장을 기다리며

하루를 지나 일주일 넘어 한 달을 살았다 

낚시도 헤엄도 지겨울 때

또 다른 세계가 궁금할 때 

새마을 운동의 여운이 채 가시지 않았을  때

이장 댁 티브이는 부의 상징

유독 떠오르던  토요명화

음악처럼 신비롭던 장면들이

중독처럼 끊임없이 탐닉했다

총잡이 들이 화약을 내뿜으며

누가 먼저 쓰러뜨리는지

숨 막히게 조바심치고 

악한 자는 결국 패배하는 것

정의를 위해선 살인은 당연한 것

많은 이가 죽고 죽이는 장면들

그저 재밌게만 봤던 순망한 눈들

아, 그때는 몰랐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내 머릿속의 지우개처럼 지우고 싶은

헐게 팔아버린 영상에 매달린 시간들


아무도 말해 주지 않았다

아무도 설명해 주지 않았다


불혹을 넘어서야 

무엇에 귀 기울이며

무엇에 시간을 써야 하는지

이제 사 조금은 깨달음의 무릎을 꿇었다

그리하여 나는,

알맞게 섭취해야하는 소금처럼

쉽게 끊지 못하는 구름과자처럼

찔끔찔끔 티브이를 본다

그리고 시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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