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시

휴전선의 강물

풍경소리(양동진) 2011. 10. 18. 20:59

             휴전선의 강물 



                                                         양 동 진




나를 채워라,  한없이 나를 채우고 흘러라

더 이상 넘치지 않을 때까지

나를 메우는  그 가득함으로,  충만함으로 살고 싶구나


미루나무 뿌리에 머물다가

다시 갈대숲에 잠들다가

그것도 지겨우면 나는 또 내 몸을 벗어버리고

앙상한 내면을 하늘에 보여주리라

아낌없이 나의 속내를 외쳐보리라

그리하여 내가 이곳에  흘러온 연유를


그렇다 나는 너희들의 젖줄 이니라

목마른 영혼들이 목을 축이던

먼 길 가는 낙타의 오아시스처럼

신기루가 되고 생명 샘이 되었던 

내가 있음에 너희가 평화로웠던


그렇구나, 우리는 한 갈래의  핏줄이며

한줄기의 형제였구나

배 다른 형제도 서로 보듬는데

왜, 우리는 한 핏줄로서 

저렇게 따로따로 흘러가야 하는가


나 여기에서

멈추는 분단의 봇물을 트게 하리라

내가 여기 제물이 되어

남과 북을 가로지르는

신선한 물줄기 되어 통일의 초석을 다지리라

그 길 자꾸 헝클어져도 

연어처럼 파닥거리며 또 다시 돌아오는  


그 물길 뚫릴 때까지

나는 물밑에서

바동거리는 오리의 발짓처럼

쉼 없이 소통하며 흐르는 강물이 되리라

그래서 너와 내가 하나 되는 물길이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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