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선의 강물
양 동 진
나를 채워라, 한없이 나를 채우고 흘러라
더 이상 넘치지 않을 때까지
나를 메우는 그 가득함으로, 충만함으로 살고 싶구나
미루나무 뿌리에 머물다가
다시 갈대숲에 잠들다가
그것도 지겨우면 나는 또 내 몸을 벗어버리고
앙상한 내면을 하늘에 보여주리라
아낌없이 나의 속내를 외쳐보리라
그리하여 내가 이곳에 흘러온 연유를
그렇다 나는 너희들의 젖줄 이니라
목마른 영혼들이 목을 축이던
먼 길 가는 낙타의 오아시스처럼
신기루가 되고 생명 샘이 되었던
내가 있음에 너희가 평화로웠던
그렇구나, 우리는 한 갈래의 핏줄이며
한줄기의 형제였구나
배 다른 형제도 서로 보듬는데
왜, 우리는 한 핏줄로서
저렇게 따로따로 흘러가야 하는가
나 여기에서
멈추는 분단의 봇물을 트게 하리라
내가 여기 제물이 되어
남과 북을 가로지르는
신선한 물줄기 되어 통일의 초석을 다지리라
그 길 자꾸 헝클어져도
연어처럼 파닥거리며 또 다시 돌아오는
그 물길 뚫릴 때까지
나는 물밑에서
바동거리는 오리의 발짓처럼
쉼 없이 소통하며 흐르는 강물이 되리라
그래서 너와 내가 하나 되는 물길이 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