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시

단풍 파도타기

풍경소리(양동진) 2011. 10. 11. 20:42

                  단풍 파도타기



                                                 양 동 진


저 멀리 북쪽에서 해일이 밀려온다

울긋불긋 넘실거리는 그 바다는

제 색을 벗어버리고 눈부신 옷을 입는다

사람들은 그 오색찬란함을 보려고, 또 파도처럼 몰려든다


그 전선이 일정한 온도의 선을 따라 남하하면  

그 힘에 뭇 식물은 모두 풍상을 몸에 새긴다   


잎사귀로서의 생을 다할 쯤에

최후의 미적 극치를 가장 화려한 외출처럼 꽃단장 하고

저를 기억하라는 바람처럼, 그토록 다채로운 색조로 말을 풀어낸다.  

노란 꿈같은 몸짓,  붉은 정열 같은 손짓 저마다의 짙고 엷음으로 이야기 한다  


그 홍엽의  해일이 지나가고 찬 서리가 세상을 안으면 설국 행 기차를 타고,

그 발랄한 날들은 하얀 동화 속 순수의 계곡을 타고 넘어가리라


우리 그날이 오기 전에 그  흐름을 타며 즐기자

어느 붉은 파에 올라  무거운 맘을 내려놓고, 

때로는 샛노란 파에  몸을 맡기고,   

노란  희망에 젖어 샘솟는 기쁨이 되어 돌아오자

나뭇잎들이 바람을 탈 때  우리도 같이 어깨춤으로 엮어져 

마지막 가을의 향연으로 울긋불긋 타올라 보자구나!


아, 저기 달려온다,   노랑 빨강 파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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