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시

아스팔트 위의 1980

풍경소리(양동진) 2011. 10. 9. 18:55

              아스팔트 위의 1980 



                                             양 동 진




뜨겁다 한낮의 열기는  녹일 듯이 달려들고

입김은 훅훅 치밀어 텁텁한 안개처럼 피어오른다

까만 융단위에 핀 그것은 혼처럼 스멀스멀 차오르고 

낮은 영혼을 달래는 진혼제로  표정들은 숙연하다 못해 울상이다

한 때는 이 위에서 열사도 되고 투사가 되는 격전지로 자리매김 했었을 때 

까만 방독면이 판을 치고 콜록거리는 기침들이 난무하고

꼬리에 불붙은 개가 날뛰듯이 최루탄은 잘린 도마뱀의 꼬리처럼 요동쳤고 

한 떼의 사람들은 짐승처럼 날뛰며 쫒고 쫒기는 사바나의 추격처럼

치열하고 급박한 절규들이 메아리쳤다


대낮의 폭염보다 더 뜨거운 것이 나를 타고 흐를 때

왠지 모를 서글픔이 몰려와 다시 땅속으로 침전하고 싶었다


세월이 흐른  지금,

굵고 큰 아픈 사연들은 줄었다하지만

아직도 이 땅엔 나를 치며 울고불고하는 

눈물 콧물로 읍소하는 삶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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