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팔트 위의 1980
양 동 진
뜨겁다 한낮의 열기는 녹일 듯이 달려들고
입김은 훅훅 치밀어 텁텁한 안개처럼 피어오른다
까만 융단위에 핀 그것은 혼처럼 스멀스멀 차오르고
낮은 영혼을 달래는 진혼제로 표정들은 숙연하다 못해 울상이다
한 때는 이 위에서 열사도 되고 투사가 되는 격전지로 자리매김 했었을 때
까만 방독면이 판을 치고 콜록거리는 기침들이 난무하고
꼬리에 불붙은 개가 날뛰듯이 최루탄은 잘린 도마뱀의 꼬리처럼 요동쳤고
한 떼의 사람들은 짐승처럼 날뛰며 쫒고 쫒기는 사바나의 추격처럼
치열하고 급박한 절규들이 메아리쳤다
대낮의 폭염보다 더 뜨거운 것이 나를 타고 흐를 때
왠지 모를 서글픔이 몰려와 다시 땅속으로 침전하고 싶었다
세월이 흐른 지금,
굵고 큰 아픈 사연들은 줄었다하지만
아직도 이 땅엔 나를 치며 울고불고하는
눈물 콧물로 읍소하는 삶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