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무
양 동 진
고깔 쓴 여인의 눈빛은 형형하다
숙인 듯 멈춰있는 고개는
설운 내면을 감춘 듯이 비껴있고
긴 옷소매 끝 나풀거리는 얇은 사는
촉촉한 산들바람을 스미고
회개하듯 먼 하늘을 쳐다보네
그 순간의 눈초리 속에
별빛 같은 이슬 맺힌 것을
인광처럼 눈부시게 빛나는 것을
낯설게 훔쳐보는 나의 눈에 들어 왔습니다
법도에 등 돌린 어찌할 수 없는 운명이 설운 발짓으로 나아가고
살아온 길을 의미하듯 잉어걸이 갈지자로 걸어 가
때로는 기경작법으로 나비가 되어 제 꿈을 펼치듯 훨훨 날갯짓으로 비상하고요
장삼의 긴 소매 끝자락 불현듯 튀겨 올라 문득 깨달음을 얻은 양 꼬리치기도 합니다
다소곳이 엎드려 잠시 생각에 잠긴 양 있다가
이승의 고통을 반영하듯 가녀린 몸피를 비틉니다
익어가는 춤사위에 엷은 안개가 드리우면
고깔 쓴 여인은 날개가 돋아
한가로이 노니는 한 마리 나비로
두둥실 운무 같은 학으로
저 멀리 날아갑니다
'창작시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너와 나의 간격 (0) | 2011.10.12 |
---|---|
단풍 파도타기 (0) | 2011.10.11 |
아스팔트 위의 1980 (0) | 2011.10.09 |
더위에 물 뿌리기 (0) | 2011.10.09 |
여름 위의 아스팔트 (0) | 2011.10.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