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시

승무

풍경소리(양동진) 2011. 10. 10. 11:21

           승무 




                                  양 동 진



고깔 쓴 여인의 눈빛은 형형하다

숙인 듯 멈춰있는 고개는

설운 내면을 감춘 듯이 비껴있고

긴 옷소매 끝 나풀거리는 얇은 사는

촉촉한 산들바람을 스미고

회개하듯 먼 하늘을 쳐다보네


그 순간의  눈초리 속에

별빛 같은 이슬 맺힌 것을 

인광처럼 눈부시게 빛나는 것을

낯설게 훔쳐보는 나의 눈에 들어 왔습니다

 

법도에 등 돌린 어찌할 수 없는 운명이 설운 발짓으로 나아가고


살아온 길을 의미하듯  잉어걸이 갈지자로 걸어 가


때로는 기경작법으로 나비가 되어 제 꿈을 펼치듯 훨훨 날갯짓으로 비상하고요   


장삼의 긴 소매 끝자락 불현듯 튀겨 올라 문득 깨달음을 얻은 양 꼬리치기도 합니다 


다소곳이 엎드려 잠시 생각에 잠긴 양 있다가


이승의 고통을 반영하듯 가녀린 몸피를 비틉니다



익어가는 춤사위에 엷은 안개가 드리우면

고깔 쓴 여인은 날개가 돋아

한가로이 노니는 한 마리 나비로 

두둥실 운무 같은 학으로 

저 멀리 날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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