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시

호수를 노크하다

풍경소리(양동진) 2011. 9. 25. 20:41

 

호수를 노크하다 



                                양 동 진




소년이 호수에 파문을 그리고 있다 

잘고 고운 소리가 잘방 튕겨지고  

그 몸뚱이는 요리저리 씰룩이다가

이내 꿈틀거리는 미꾸리처럼 부드럽게 침전 한다   

물결무늬 너울너울 밖으로 급히 달려 나가고 

한가한 낮잠 취했던 못을 깨우는 느닷없는 침입

사람이  찾아왔다는 전갈을 물의 파발로 띄운다


최초의 발원지에 그의 흔적은 없지만

뒤를 따르는 동심원은

자꾸 새끼를 치는 듯 무한 증식을 한다

처음의 발설지에는 은밀함 이였지만

결국 파장이 되는 소문처럼 

파상문을 일으킨 장본인은 수면 아래로 사라진다  


그러나 파문은 살아남아

꾸역꾸역 뭔가를 게워내듯이 

연방 수초의 옆구리를 친다

느슨하게 꿀렁거리는 뱀처럼 기어가다가

소금쟁이의 엉덩이를 톡톡 치다가

연꽃의 이파리를 주무르고 

선잠 자는 물방개의 코털을 간질이고 


햇빛의 열기를 온몸으로 받아낸

퍼석함에 익숙했던 작은 돌

그 까칠한 돌멩이는

차차 물이끼를 몸에 두르고

미끌미끌 이웃처럼 동화된다   


심심함에 던진 포물선은 동심원이 되어 

이윽고 정적으로 소멸되어도

또 다른 무료함이 찾아 올 때까지

담담한  가슴을 풀어 헤친  

호수는 또 한 번의 노크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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