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 젓가락
양 동 진
내 엄마는 미루나무야
풍치목으로 강변에서 살았지
어느 날
날카로운 문명의 톱에
맥없이 쓰러졌어
악하고
비명 한번 지르지 못하고,
설사
소리를 질렀다한들
윙윙 톱날 소리에 묻혔을 거야
트럭에 실려 어디론가 끌려가
태양에 풍장을 치르듯
바짝바짝 명태처럼 졸아들고
이내 몸은 갈기갈기 찢겨져
하나의 살점은 떨어져 나와
살결도 흰 젓가락이 되었지
원래 한 몸 이지만
공복 앞에선
잠깐 갈라서기도 하지
주린 입을 채울 도구로
흔하디흔한 것이 되었지만
내가 좋다고
입가로 데려가
쪽쪽 입 맞출 때
마냥 좋아서
자장국물 짬뽕국물에
내 몸 변한 줄도 몰랐어
거쳐 간 수많은 입속에서
보람과 애정을 품고 살았지
생각해보면
내가 쉽게 버려지는 게 서글프기도 해
몇 번은 더 쓸 수 있지만
굳이 그렇게 궁상맞게 사는 걸
바라지 않는 세태가 날 버렸지
엄마에게 난 훌륭한 자식일까?
모태에서 떨어져 나와
한번 쓰고 버려지는
자식을 보는 어미의 마음은
그리 기쁘진 않을 거야
편리라는 미명하에
비스듬히 밀려난
쇠젓가락은
조금 서운하겠지만
추세라는 말이 있잖아
먹기 위한 도구로써
나는 대세란 말이야
하지만 꼭 남기고픈
한 모금의 말이 있어
나의 모태는
미루나무였다는 걸
잊지 말아줘
모친의 애정을 듬뿍 받았던
하나의 생명이었다는 걸
헤프게 쓰다고
휴지처럼 버려지지만
한때는 푸른 희망을 틔우던
찬란한 때가 있었다는 걸
부모님과 어린 동생들을
잘 부탁해
태양과 바람에 몸 비비며
자유롭게 살 수 있도록
그냥
내버려두었으면 좋겠어
비록
쓰레기 더미로
쓰임이 다해
청소차에 실려 가지만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