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 속으로
양 동 진
티브이 속으로 걸어가 버튼을 누르듯이 노크를 한다
낯선 풍경들이 쏟아지는 주파수의 파동을 타고 그 파도에 몸을 싣는다
눈을 애무하듯 느슨한 장면들이 스쳐 가면
이내 마음은 무료한 잔물결에 떠있는 뗏목이 된다
첨벙이는 수족이 끌고 가는 느린 항해
그러다 갑자기 번갯불이 지나가듯 배경이 사라지고
또 다른 장면이 자리를 꿰차고 들어온다
현란한 색깔이 쉴 새 없이 비비고 껴안고 어우러지면
안달이 난 눈동자는 파닥이는 물고기처럼 요동친다
한 곳에 머물 수 없는 이방인의 시선같이 두리번거리다 이내 뛰쳐 나온다
다시 문을 두드린다 이윽고 새로운 창이 열리고
잔잔한 선율이 현을 타고 건반을 스치며 반갑게 손을 잡는다
따스한 온기가 느껴져 한참이나 쥐고 놓지 않았다
기쁨은 그리 오래가지 못하고 영업시간에 쫒긴 마지막 손님처럼
또 다시 밀려 나가야 한다 아쉬움을 한가득 안고 뒤척이는데
그때 저 멀리서 애국가가 들려왔다 상상속의 세상에 마침표를 찍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