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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구리

풍경소리(양동진) 2011. 6. 1. 11:50

          머구리 


                                  양 동 진


차가운 파도위에 배 한 척 떠 있다
물속으로 떠나는 사람
그걸 지켜보는 사람
서로를 의지하듯 눈빛을 나누고
낚싯줄 봉돌처럼 가라앉는다.
뽀글뽀글 피어오르는
호흡의 거품을 내뿜고  
달 위의 우주인같이 
달 위를 걷는 것처럼
수중 속을 활보하는
가벼운 발은
해녀들이 다다를 수 없는 곳
휘저으며 해물을 쓸어 담는다.
철갑옷에 매달린
숨통 줄 하나
대롱대롱 따라 다닌다
세찬 바람과 파도에 휩쓸려
닳고 닳은 말랑말랑 호스는
소용의 한계를 넘어버리고

냉정한 단면을 내보이며
보글보글 숨소리만 피어오른다.

목숨의 봉오리 피어보지도 못한 채
해중의 몸부림은

잘디 잔 물방울만 살려 보내고
끊어진 생명줄만
가볍게 심장처럼 파닥거린다.

 

 

머구리; 바다속에서 가느다란 산소 호스에 매달려 수중속 해산물을 채취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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