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가 오는 날에는
양동진
비가 오는 날엔
창가에 입김을 불어넣어요
내속의 나에게 말을 던져요
두런두런 얘기하다가
뽀얗게 속삭이다가
문득, 안개서린 답답함에 옷소매로 지워요
빗방울이 길을 내는 창가에
흘러내리는 건
고독의 눈물일지도 몰라
축축히 비오는 날엔
통나무 화롯가의 열기로
포근히 조는 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비는 내리고
타닥타닥 나무들 몸이 타들어가듯
한가한 어느 비오는 날엔 외로움도 타들어가리
빠알간 잉걸불속에 이글거리는
또 하나의 눈에 빠져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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