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러기
양동진
구만리 창천을
허허롭게 노니는
솜털처럼 가벼운 날개
긴 여정을 향한다
누구에게 길 묻지 않고
몸짓의 언어로 간다
수천년 누비던 그 노정
공중에도 갈래가 있는가
탁트인 하늘의 들판을
유유히 떠가는 날갯짓에
태고의 비밀을 달고
창공에 길을 퍼덕이며
죽지와 죽지가 어우러진
군무를 청공에 새기며
누천년을 흘러간 행로
아,
터져나온 탄성을
손짓에 실어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