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물쇠
양동진
하루의 안심 채우는 몸짓으로
하루에 단 한번 만나 한 몸이 되고
서러운 만큼 깊은 포옹하고
새벽 어스름 얼음같은
체온으로 지새우는 쇳덩어리
오늘밤은 얼마나 긴 어둠 이려나
도둑눈 소복이 내린 통밤에
하얗게 살얼음 걸친 몸뚱어리는
처연히 깊은 밤 홀연히 어둠을 난다
서리 같은 냉기는 그리운 이 생각에
살붙이 그대 생각에 더욱 사무쳤다
포근한 열쇠는 찬 서리 내린
온밤 내내 따뜻한 온기가 겨웠다
자물통 호호 부는 곱은 입김이
마음에 서려 그렁한 마음으로
자물통과 열쇠가 만나던 날
우두둑 부러진 낡은 몸
아쉬었던 매일의 그리움은
일체가 되었다
고물상 귀퉁이내팽겨진 폐물은
휑한 고철더미 속
꿈틀대는 갈색 영혼되어
쇳소리 울리며 깨어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