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보지 못한 풍경
이기성
가등의 그림자 어두운 길 한쪽 무심히 비추고 있다.
조금전 사내의 차가 쿵 하며 벽돌담을 들이박았고
아직 말끔히 닦여지지 않은 끈적한 흔적은
사내의 머릿속을 채운 채 응고되었던
권태가 허공으로 흘러나온 것에 불과하다.
담배연기가 산발하며 흩어지듯
그도 길의 끝까지
달려가보고 싶었는지 모른다.
스펀지를 두드리듯 둔탁한 소리를 내며
그의 머리가 박살났을 때
누구도 들여다볼 수 없었던
무성한 숲처럼 헝클어진 머리카락 사이
헤치고 검은 살쾡이 한 마리
번개처럼 튀어나와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걸, 아무도 보지 못했을 것이다.
견인차가 끌고 가는 차의 번호판을
무심히 읽으며 길가의 은행나무는
그가 마지막 부른 이름을
무성한 노란잎으로 바꾸어 달고 있다.
--------------
이기성 시인은 1966년 서울에서 출생하였으며 이화여대 국문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였다. 1998년 『문학과사회』에 시 「지하도 입구에서」「우포늪」「아무도 보지 못한 풍경」등을 발표하며 문단에 나왔다.
이기성
가등의 그림자 어두운 길 한쪽 무심히 비추고 있다.
조금전 사내의 차가 쿵 하며 벽돌담을 들이박았고
아직 말끔히 닦여지지 않은 끈적한 흔적은
사내의 머릿속을 채운 채 응고되었던
권태가 허공으로 흘러나온 것에 불과하다.
담배연기가 산발하며 흩어지듯
그도 길의 끝까지
달려가보고 싶었는지 모른다.
스펀지를 두드리듯 둔탁한 소리를 내며
그의 머리가 박살났을 때
누구도 들여다볼 수 없었던
무성한 숲처럼 헝클어진 머리카락 사이
헤치고 검은 살쾡이 한 마리
번개처럼 튀어나와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걸, 아무도 보지 못했을 것이다.
견인차가 끌고 가는 차의 번호판을
무심히 읽으며 길가의 은행나무는
그가 마지막 부른 이름을
무성한 노란잎으로 바꾸어 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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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성 시인은 1966년 서울에서 출생하였으며 이화여대 국문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였다. 1998년 『문학과사회』에 시 「지하도 입구에서」「우포늪」「아무도 보지 못한 풍경」등을 발표하며 문단에 나왔다.
출처 : 푸른 시의 방
글쓴이 : 강인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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