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내
양 동 진
한 번도 내려앉지 못하고
허공 속에 뜬구름만 쫓다가
허무라는 날개만 고집 한 채
그대로 풍장 되어 낡아갔다.
연양갱/ 양 동진
학교로 가는 길에
어김없는 시간에 나타나던 그녀
살색 원피스 정갈하게 차려입던
가끔 웃을 땐 단발머리 햇빛에 찰랑거리고
숫기 없던 나, 첫 마디를 던졌네
시간 있냐고, 덤벙거리며 우물쭈물 빨개지고
그녀가 개나리처럼 웃는다.
살짝 정준하처럼 덧니도 보이고
탁구도 치고 공원도 거닐며
홍옥이 무르익듯 정은 깊어가고
손에서, 어깨로, 맞잡은 팔짱으로 가까워진
그녀 이름은 연양갱
살색 옷 속엔, 흑진주 빛 탱글탱글 피부
놀랍게도 45년생,
사랑엔 나이도, 국경도 없다고 나는 주장했지만...
불빛에 어른거리는 거무스름한 윤기,
입 벌어지도록 도발적인 몸피
허리를 안아 감싸니
낭창한 갈대처럼 착착 감긴다.
코스모스인 양 유연한 허리, 아쉬운 건 일자형 체격인거
지그시 입술을 갖다 대고, 느낀다, 음미 한다
온몸 떨게 하는 달달함이여,
혀가 좋아 몸서리친다.
첫 키스의 달콤함이여!
그녀를 달고 살다, 뒤늦게 깨닫네.
달달한 이면의 검은 손길
단맛만을 쫒아, 외길 인생 43년
나의 사랑, 나의 사랑니
울고 있다,
시리고
아파서
훌쩍훌쩍
닭똥 같은 눈물 퍼질러 앉아
눈물범벅인 나는,
임플란트의 견적을 뽑고 있다
새우깡과 감자깡 / 양 동진
골목길에 두 깡이 조우한다
조붓한 샛길, 어깨를 스치자
서로를 째려본다, 나이도 어린것이
인사 안한다며 새우깡이 입을 열자
오만상 찌푸리는 감자깡 (맞짱을 뜨고 싶다)
둘 다 신대방파지만
꼭 한번 넘버원 이 되고 싶었던, 감자깡
오늘 날 잡았다, 웃통을 벗어던지자
몸의 칼자국 무성하다
옆에 지나가던 양파링,
다 큰 사람들 싸우면 되느냐고 말린다.
가만있는데 성질 건드린, 새우깡 때문이라고
감자깡 핏대 세우며 게거품 문다
어이없이 바라보는 등 굽은 새우깡, 화를 못 이겨
또, 옷을 벗는다, 형제는 닮는다고 했던가!
그의 몸에도, 촘촘히 빽빽이 규칙적인 흉터
그래도 새우깡이 덩치는 좀 컸다
퍽퍽, 이리 뒹굴, 저리 뒹굴,
얼키고 설키고, 목 조르고
봉두단발 휘날리며 바람을 가르는 두 주먹
집안 이야기, 케케묵은 감정들 쏟아낸다
형 때문에, 우리 농심가문 얼마나 힘들었는지 아느냐고,
노래방 쥐 사건 잊었냐고 다그치자,
야, 다 지난 과거 들춘다며 또 노발대발
구경꾼, 팔도 남자라면 왈 남자라면
한번 크게 싸우고 훌훌 털어버리는 것도 좋지! 한마디 거든다
막싸움은 썰물이 빠지듯 파장으로 치닫고
또다시 해는 저물고,
새벽까지 깊은 심중의 골, 메우는 주절거림 이어지고
술잔 주거니 받거니, 동 틀 녘 까지 술잔 기울이다
어슴푸레 떠오른 아침 해,
썬칩이 부스럭 거리며 인사를 한다
싸움 고소하게 지켜봤던 오리온 고소미, 싸움 끝난 거 아쉬워하네.
세상 제일 재밌는 게 불구경, 싸움구경이라며.........
동네이장님 ,쵸코파이가 정으로 살아가자고 다독거린다
그 싸움은 좋게 끝날 거라고 예견하던, 오리온 예감 아저씨
새우깡 왈, 아우야 결투는 언제라도 받아주마
롯데 에니타임, 언제라도, 에니타임..................
양파링 / 양 동진
동그라미들 무더기무더기 쌓여있는
비좁은 샛방 봉투 속
질소로 헛배를 불린 집에
오글거리는 인생들 같은
가끔 티격태격 부스럭 거리네
우리내 인생처럼,
서로 다치지 않게 아픈 곳 건드리지 않네
질소는 여유를 자아내는 은인
아이는 재미삼아 귀걸이로
엉뚱한 발상 아이는 코걸이로
남자는 결혼반지의 족쇄를 떠올리고
아내는 달콤한 신혼 반지의 꿈을
저마다의 생각으로 변신하는
트랜스포머, 양파링
입이 심심 할 때 , 티브이 삼매경 때
주전부리로 안성맞춤인 그녀
바사삭 부서지는 상큼한 애교에
자꾸만 손이 가고, 소리가 소리를 불러요
까끌까끌한 그녀 밤새 먹다보면
까진다 까진다, 입천장이
심심풀이 혀와 귀를 만족시키던 그 밤에
신혼부부 누구는 무르팍 까지고
나는 입천장 까지네, 당분간 멀리 해야 할 그녀
간밤 쾌락으로 부서지는 그녀의 교성이
자꾸 기억의 방에 메아리치는
바사삭 바사삭 그녀의 신음
그녀는 부서지며 나를 만족 시켰고
1000원을 쥐어주며 돌아섰다.
커피는 바람을 타고 / 양 동진
앵두처럼 볼때기가 예쁜 미쓰 김
무지갯빛 파마머리 휘날리며
부르면 언제든지 달려가는
한 잔의 커피에도 정성을 모아
다소곳이 커피를 따른다
코 옆엔 까만 점이
살아온 내력을 알려주는 듯
짝짝 박자를 맞춰 껌 장단을 맞추는
오늘도 그녀의 빨간 스쿠터
탱글탱글한 호박 같은 엉덩이 걸치고
한 잔의 커피 배달에
남정네들의 피로를 씻기고
잃어버린 청춘을 떠올려
가끔, 철물점 김씨는
첫사랑 순이를 떠올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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