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유희

저녁놀에 물들며

풍경소리(양동진) 2012. 1. 8. 21:01

       저녁놀에 물들며 



                                          양 동 진 




길 위에 들면 매양 빠져 드는 걷는 몰아의 경지


왼쪽과 오른쪽의 갈림길에서

끝내, 

한 길로 만나는 것.

아옹다옹 생각의 다툼들은 

저마다의 작은 샘물들

결국, 

용서와 화해의 바다로 모아지는 것.


서로의 텅 빈 마음

화려함속에 감춰진 허름한 영혼

여정의 끄트머리에선 

너와 나, 붉은 저녁놀에 물들며

어둠의 포근함으로 저물어

수줍게 웃는 백일홍처럼

두 손 꼭 붙잡고

놓지 말자, 응!

 

 

어떤 추리 / 양 동진



조붓한 골목길

드문드문 사람의 발소리만

정적을 깨는 고샅길 같은 ,

거기서 오늘 우연히

형사의 날카로운 추리를 떠올렸다.

현장엔 세 개의 증거물만

덩그러니 쭈그리고 앉아있었다.

빨강 라이터, 담배꽁초 그리고 일회용젓가락
나는, 세 번째 증거물에 주목했다

삼삼오오 세트로 모여 있는 그 조합을

콜롬보 특유의 이상야릇한 미소 머금으며
나는 나의 추리능력에 무릎을 치고

목격자는 없었지만 깨끗한 골목을 어지럽힌

범인들을 어렴풋이 그려냈다
고교생, 학생주임 ,소지품검사, 흡연의 흔적지우기

결정적 증거는  

끄트머리만  살짝 벌어진 나무젓가락
선생 왈.

그런 잔머리로 공부하면

서울대 가겠다, 이놈들아!



담배 / 양 동진

코끝으로 느껴지는 알싸한 향기
길을 지나가다, 간접흡연으로 너를 스칠 때
너의 맛 잊지 못하는,내 입과 코와 뇌는
몸서리쳤다, 살랑살랑 꼬리치는 너
꿀꺽, 한 모금만 빨고 싶다
마지막 돛대의 꿀맛 같은 너를 두고
뿌리치는 내 맘은 갈기갈기 헤쳐지고
검지와 중지 사이는 공허한 공터처럼
파르르 떨고 있는,
너를 외면하는 내가 있었다.
안녕, 즐거웠어, 너와 함께
내 가슴 누렇게 퇴색되어갔지만
날 진정시켜주던 너의 포근한 손길
마약 같은 향기, 니코틴
까만 치석으로 날 휘감아도
난 너를 사랑했으므로
후회는 없다, 허나 지금은
너를 떠날 시간,

나 이제 바람처럼 떠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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