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양 동 진
쉬운 길 제쳐두고 제풀에 에둘러 걸어갔다 가로질러 가는 길 곁에 두고도
굳이 고샅길 같은, 시간에 밀린 길로 간 이유는 위선 같은 자괴감
혼자만의 우물 속에서 그 깊은 물속을 세상의 전부라 되뇌는,
그 검은 늪에 허우적거리다 지체된 시간, 동그란 하늘이 전부였다는 신념은
겁으로부터 비롯된 것이었다.
공포의 올가미에 걸린 자아를 벗어 버린다 나 아닌 나를 꿈꾸며 나를 벗어나려했던 것
그 그물 다시 거두어 다시 긍정의 덫을 내게 씌운다
울긋불긋 덧난 산을 눈으로 하얗게 덮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