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시선
양 동 진
멍한 눈
누추한 소매는 너덜너덜
풍찬노숙의 깃발처럼 나풀거리고
반질반질 때 절은 손톱에
가끔 초승달도 뜨고
아무도 눈길 안주는
혹여, 잠 깐 눈 마주친다 하여도
엮이고 싶지 않은 냉정으로
그 찰나의 눈길조차
찬바람처럼 거두어간다
밀려난 자, 그림자 드리워진
한 뼘 층계에
덩그러니 장승처럼 앉아
썰물의 발소리 향해
눈으로만 따라 가고
연어처럼 파닥이는
대화를 엿들으려
그 시시콜콜한 일상
심심풀이 한담일지라도
그저 감초처럼 끼고 싶은
허나 그것도 사치라는 걸
꿈결 같은 먼 세상이라는 걸
아무도 눈길 던져주지 않아
찬 바닥은 더욱 시려갈 즈음
다소곳이 앉는다, 누군가 옆에
엉덩이 슬며시 수줍게 들이미는
아, 얼마나 가다렸던 다가섬인가!
은근히 기대는
낯설어 눈도 못 맞추는
두근두근 설렘으로 비비며
점점 곁을 좁혀온다
간격의 창살을 헤집고 오는
그 풋풋한 온기의 숨소리
아! 얼마만의 뜨거운 체온인가!
서로 기댈 것으로 서로 언덕이 될 때
(따스하다, 참 따스하다 )
낙엽처럼 스쳐가던 발이 멈추며
어머, 저것 좀 봐!
키득키득, 키득키득
개와 사람이 체온으로 엉켜
세상 제일 아늑한 꿈으로 가
우리가 저토록 갈구하던,
체온을 나눈다는 거
이걸 두고 하는 말일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