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시

어떤 시선

풍경소리(양동진) 2011. 11. 11. 11:06

어떤 시선  



                                                양 동 진




멍한 눈 

누추한 소매는 너덜너덜 

풍찬노숙의 깃발처럼 나풀거리고

반질반질 때 절은 손톱에

가끔 초승달도 뜨고 


아무도 눈길 안주는

혹여, 잠 깐 눈 마주친다 하여도

엮이고 싶지 않은 냉정으로  

그 찰나의 눈길조차

찬바람처럼 거두어간다


밀려난 자, 그림자 드리워진

한 뼘 층계에

덩그러니 장승처럼 앉아

썰물의 발소리 향해

눈으로만 따라 가고

연어처럼 파닥이는

대화를 엿들으려


그 시시콜콜한 일상

심심풀이 한담일지라도

그저 감초처럼 끼고 싶은 

허나 그것도 사치라는 걸 

꿈결 같은 먼 세상이라는 걸  


아무도 눈길 던져주지 않아

찬 바닥은 더욱 시려갈 즈음 

다소곳이 앉는다, 누군가 옆에

엉덩이 슬며시 수줍게 들이미는


아, 얼마나 가다렸던 다가섬인가!


은근히 기대는

낯설어 눈도 못 맞추는 

두근두근 설렘으로 비비며 

점점 곁을 좁혀온다

간격의 창살을 헤집고 오는

그 풋풋한 온기의 숨소리


아! 얼마만의 뜨거운 체온인가!


서로 기댈 것으로 서로 언덕이 될 때 

(따스하다,  참 따스하다 )

낙엽처럼 스쳐가던 발이 멈추며 

어머, 저것 좀 봐!

키득키득, 키득키득


개와 사람이 체온으로 엉켜

세상 제일 아늑한 꿈으로 가

우리가 저토록 갈구하던,    

체온을 나눈다는 거

이걸 두고 하는 말일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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