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그네
양 동 진
먼 길을 흘러가다
밀려오는 여독위로
늦은 저물녘 해가
서편으로 숙어지면
깜깜한 이정표는
갈 길을 잃고
달빛에 이끌리는
발걸음 따라
한 개 별이
유난히 반짝거리며
길손과 눈 맞춘다
그날 밤 눈이 맞은
그이와 손잡고
포근한 하늘을 덮은 채
이글거리는 별빛과
두근두근 숨 가쁜
설렘으로 밤을 샌다
별과 객의 동침
한번 섞은 연은
그 후로 질긴 인연으로
총총한 별밤이면 뛰쳐나가
바람난 들뜬 영혼이 되어
하염없는 하늘 길을 튼다
동트도록 이슬에 젖은 채
별을 헤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