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시

겨울나무

풍경소리(양동진) 2011. 10. 3. 18:44

                    겨울나무 



                                          양 동 진




아무것도 내어줄 게 없어 

적나라한 내 육체를 보여드립니다

 

가지 끝에 걸린 마지막 잎 새도

간밤에 바람결에 불려갔지요

매서운 동장군의 부름으로요

하지만 뵈어질 하나는

바람과 함께하는

일품의 연주입니다

마음을 내려놓고 저와 같이

팔을 벌려 눈을 감으세요

들립니까 그 소리가

현을 켜듯이

옆구리와 팔을 스치는

바람 활의 힘찬 율동을요

머리끝까지 끓어오르다 

끝내 소름으로 돋는 허무의 전율이요


잊지 마세요, 오실 땐

한적한 여유를 따라 홀로 오소서

저와 당신의 은밀한 교감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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