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나무
양 동 진
아무것도 내어줄 게 없어
적나라한 내 육체를 보여드립니다
가지 끝에 걸린 마지막 잎 새도
간밤에 바람결에 불려갔지요
매서운 동장군의 부름으로요
하지만 뵈어질 하나는
바람과 함께하는
일품의 연주입니다
마음을 내려놓고 저와 같이
팔을 벌려 눈을 감으세요
들립니까 그 소리가
현을 켜듯이
옆구리와 팔을 스치는
바람 활의 힘찬 율동을요
머리끝까지 끓어오르다
끝내 소름으로 돋는 허무의 전율이요
잊지 마세요, 오실 땐
한적한 여유를 따라 홀로 오소서
저와 당신의 은밀한 교감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