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벌레 만나러 간다
양 동 진
만날 땐, 외진 숲에서 만나요
바람소리 곰살궂게 다가와 비비면
여치 소리 씨르륵씨르륵
그윽한 음이 고즈넉이 웅크리고
가끔 새소리 지저귀면
장단 맞추는 발림으로 생각해요
정적이 길게 운을 띄우고
암흑은 고요 속에 활개를 펴요
질탕하고 질펀한 낙엽소리로
산다는 이유로
풀, 바람, 별, 달과 속삭이는 여유로
바람 빠진 풍선, 부풀기 위해 후미진 곳 찾아요
번잡함에 어깨 눌려, 낮은 소리에 쏠려요
바람 속 풀잎소리에 깃들어
떠나는 사람, 머금은 미소가 보이나요
멀리서 들려오는 풀벌레는 차르륵, 차르륵
은종소리 같아요. 은빛가루 쏟아져 찰랑거려요
가끔 사랑하는 연인들, 어두운 그림자로
서로 안고 밀애를 나눠도
외려 방해 되지 않으려
소리를 접어둔 채 귀를 열어요
풀 여치도 사랑을 느끼는 걸까요
달밤 쓰르라미가 쓰륵쓰륵 울며
제짝 찾는 소리에
낙엽 뒹구는 이 밤
나는 누구도 없이 홀로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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