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가의 구름에 대한 단상
양 동 진
구름이 하늘에 떠다니는
가을하늘은 유독 가파르게 높다
떨어질까 두려워 파랗게 질려있는 하늘빛
아랑곳없이 구름을 붙잡는 창
저들은 양떼가 되어 우르르 몰려다니고
새털이 되어 너풀너풀 쓸고 다니네
구름의 수묵화는 시시각각 변하는 순간의 예술
정지된 구름이 느리게 변신하는 동안
지상의 눈들은 한가함의 극치를 맛보고
느림의 미학을 전하기 위해
그것은 움직임 없는 자세로 멈춰 있나보다
아침의 하늘은 덕지덕지 안개가 끼어있고
해가 어슬렁어슬렁 기어 나오면
안개는 하나둘 몸을 숨긴다
창가의 사각형 틀에 들어온 구름은
한 폭의 명화로 다가오고
산꼭대기만 남긴 채 바라보이는 정상은 신비감의 절정
그 신비에 빠져서
일부러 헤어 나오지 않는
신선이 되고 싶은
한 영혼이
구름 안에서 아침의 문을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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