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시

잔반을 지켜보다

풍경소리(양동진) 2011. 8. 29. 11:39


        잔반을 지켜보다  


                                

                                    양 동 진



 

연천 근처 철조망 뒤 잔반 구덩이

김치 쪼가리 물크러진 두부 헝클어진 밥알들

입맛에 밀려나 오물통 속으로 낙하 한다

상수리나무 안방 세입자를 몰아내고

불법 건축물 잔반 구렁이 들어앉았다

까만 정장의 까마귀 까칠한 울음의 들 고양이들이

주린 배가 반찬이라 밥 시계는 초병처럼 빈틈없다 

어둠이 산자락을 포복으로 밀려오면

철망 너머 노루의 울음소리 암구호에 묻히고 

끝없이 꾸물거리는 불빛이 능선을 기어오른다 

멧돼지 하나둘 칠흑의 엄폐 속에 꾸역꾸역 게걸스럽다

밤낮없이 찾아오는 음식 쓰레기장의 손님들

뜬 눈의 철책선 옆엔 허기의 눈들이

종일토록 주시하는 비무장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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