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반을 지켜보다
양 동 진
연천 근처 철조망 뒤 잔반 구덩이
김치 쪼가리 물크러진 두부 헝클어진 밥알들
입맛에 밀려나 오물통 속으로 낙하 한다
상수리나무 안방 세입자를 몰아내고
불법 건축물 잔반 구렁이 들어앉았다
까만 정장의 까마귀 까칠한 울음의 들 고양이들이
주린 배가 반찬이라 밥 시계는 초병처럼 빈틈없다
어둠이 산자락을 포복으로 밀려오면
철망 너머 노루의 울음소리 암구호에 묻히고
끝없이 꾸물거리는 불빛이 능선을 기어오른다
멧돼지 하나둘 칠흑의 엄폐 속에 꾸역꾸역 게걸스럽다
밤낮없이 찾아오는 음식 쓰레기장의 손님들
뜬 눈의 철책선 옆엔 허기의 눈들이
종일토록 주시하는 비무장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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