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밀이 변천사
최 라 라
돌멩이로 때 밀던 어릴 적이 있었다
둥글고 가볍고 매끄럽고 까칠한 돌멩이를 찾느라
오래 강가를 빙빙 돌곤 하던 날이 있었다
그 돌멩이가 어느 날 이태리타월이 되었다
돌멩이만큼은 아니지만 제법 쓸 만하다고
내 등을 밀면서 엄마는 말하곤 했다
손바닥을 쏙 집어넣던 이태리타월이
펼친 수건 모양으로 커지기 시작했다 셀프 등밀이였다
슬쩍슬쩍 눈치 보다 등 미실래요?
타이밍 맞춰 말 건네면 아무도 마다하지 않던 시절,
등 돌리고 앉은 순간이 참 고맙고 편안한 시절이었다
요즘은 목욕바구니마다 긴 이태리타월 하나씩 담겨 있다
사람들은 옆 사람에게 등을 맡기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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