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저수지 /손순미

풍경소리(양동진) 2011. 8. 17. 11:35

저수지 

 

                          손 순 미

 

 

저렇게 무거운 남자를 떠받치고 있었다니!

고작해야 똥방개, 소금쟁이 개구리밥이나 띄우고

바람의 물결이나 만들어내던 저수지가,

돌멩이를 아무리 던져도 싱겁게 웃기만 하던 저수지가

천하장사보다 센 힘으로 익사체를 힘껏 떠받치고 있다

익사자는 자신의 마지막을 아내보다 사장보다 저수지에다

심경을 고백했을 것이다

익사자의 와이셔츠는 빵빵하게 부풀어있다

봄은 오도 가도 못하는데 오늘 저수지의 책임은

저 와이셔츠를 세상에 알리는 것이다

햇살이 달려오고 경찰이 달려오고 와이셔츠의 죽음은 운반되었다

그제야 힘을 뺀 저수지가 모처럼 헐렁한 잠에 빠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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