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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닉네임이 기가 막혀^^

풍경소리(양동진) 2011. 6. 18. 11:47

 

 

닉네임이 기가 막혀

 

 

카페 동호회의 회원 한 분이 모친상을 당했습니다. 오프라인 모임엔 자주 안 나가지만 조문이라면 상황이 다릅니다. 면식 있는 회원들에게 연락하고 장례식장 앞에서 만나 영안실을 찾아갔습니다. 달랑 닉네임만 알고 있는데 영안실엔 실명이 쓰여 있었습니다.

"근데 ‘산꼭대기’님 원래 이름이 뭐야?"

"........?"

전화를 해서야 이름을 알게 되었고 빈소를 찾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부조금을 내는데 안내를 맡은 청년이 방명록에 이름을 적어달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름을 적으려다 보니 본명을 쓰면 상주가 모를 것 같았습니다. 늘 부르던 호칭으로 적어야 누가 다녀갔는지 알 것 같아 닉네임으로 썼습니다.

'감자양'

다른 회원도 내 의도를 파악했는지 고개를 끄덕이곤 자신의 닉네임을 썼습니다.

'아무개'

안내를 하던 젊은 청년이 난감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다른 회원도 닉네임을 썼습니다. 그 회원의 닉네임은 '거북이 왕자'였습니다. 안내하던 청년은 삐죽삐죽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참는 눈치였습니다. 방명록에 이름을 적는 우리도 민망하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얼른 그 자리를 벗어나고 싶었습니다. 아직 적지 못한 회원에게 빨리 쓰라고 다그쳤더니 계속 머뭇거렸습니다.

"아, 빨리 쓰고 갑시다. 창피해 죽겠어요."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에헤라디야'라고 쓰겠습니까?"

결국 '에헤라디야' 님은 다른 회원들보다 작은 글씨로 '에헤라디야' 라고 썼습니다. 그때였습니다. 마지막 남은 회원이 자리를 박차고 영안실을 뛰쳐나가는 것이었습니다. 얼른 자리를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에 모두 큰 소리로 그를 불렀습니다.

"저승사자님, 어디 가세요?"

우리는 밥도 못 먹고 ‘저승사자님’을 따라 장례식장을 빠져나와야 했습니다.

 

- '감자양' (새벽편지 가족) - 펌

 

 

 

출처 : 貫通당한 그 맹렬한 毒
글쓴이 : poison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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