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사랑
양 동 진
나무 앞 가까운 곳에
나무가 두 팔을 벌리고 서있습니다
바람이 불고 눈보라가 덮쳐도
둘은 항상 마주보며 지켜봅니다.
해가 뜨고 햇살이 숲을 덮을 때
그리운 그림자하나
사뿐사뿐 다가섭니다.
하루에 한번
서로의 그림자로 단 한번 껴안습니다.
그렇게 수 백 년을 살았습니다.
늘어가는 옹이처럼
제 몸은 거북등을 닮아갑니다
우듬지엔 바람 들어
삭아가는 가지도 있었습니다.
세월 따라
온몸에 푸른 이끼로 검버섯이 돋아도
둘은 웃으면서 나뭇잎을 펄럭입니다.
다시 흙이 되어 만날 수 있는
믿음 때문입니다
둘은 그렇게 그림자 손을 잡고
오늘도 포근히 잠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