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쟁이
- 도종환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잎 하나는 담쟁이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도종환/ 1954년 충북 청주 출생. 시집으로 <고두미 마을에서> <접시꽃 당신> 등이 있음. 전교조 활동으로 해직교사 생활, 신동엽 창작기금 수상
출처 : 시암송국민운동본부
글쓴이 : 문길섭 원글보기
메모 : 시암송 국민운동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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