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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판가스 - 양 동 진
내 조상은 하나의 식물체였다네 삭고 썩어져서 까만 무덤이 되어
칠흑 같은 어둠에 있다가 광부들의 손에 이끌려 빛을 보게 되었지
또다시 나는 내 몸을 태워 공기 같은 기체가 되었어
내 성격은 과묵해서 좀체 나서지 않는 편이야
나는 회색 원통형 옷을 입고 있지
가끔 나를 혼동하는 사람들을 환기시키려
산소는 푸른 통 옷을 입히곤 하더군
나는 무게가 있으므로 가라앉는 성질이 있어
흥분할수록 차분해져서 다소곳이 앉아있는 성질이 있지
도시가스가 아직 당도하지 못한 시골에선 나는 상종가야
어느 때고 불러주면 파란 트럭에 실려 어디든지 달려가지
벽촌의 사람들에겐 난 소중한 화력이거든
날 비싼 값으로 사주면서도 큰 불만은 없어
갑자기 내가 떨어지면 안절부절 못하고 부랴부랴 배달차를 기다리곤 하지
나를 운반하는 사람들을 가스배달부라고 해
그들은 항상 부름을 기다린단다
어느 한적한 그늘에 두 다리를 운전대에 올리고 음악을 듣기도 하다가
호출이 오면 득달같이 달려가지 그들에겐 밥줄이니까
그러고 보니 부름을 기다리는 대리운전사와 같은 처지구나
그런데 근래에 나를 인질로 잡아 입장 난처하게 만드는 사람이 있더군
난 카운슬러도 아닌데 날 껴안고 울부짖기도 하더군
내게 하소연하다가 그것도 지치면 읊조리다가
급기야는 나를 매개체로 생의 불씨를 꺼버리려는 사람들이 있어
난 그저 그들을 도우려 왔는데 웬 날벼락인지 몰라
그땐 내 마음도 부푸는 풍선처럼 조마조마해
생명은 소중한 것인데 나를 인질로 세상에 부르짖는 사람들
오죽하면 그랬을까 생각도 해보지만 낸들 어떡하나
힘도 권력도 없는 나에게 읍소하는데
뾰족한 대답을 해줄 수도 없으니 참 난감 했어 내 입장만 난처해졌지
제발 나를 평화적으로 군불이나 때고 밥 짓는 불쏘시개 정도로만 생각해 주면
고맙겠어
세상 사람들아!
나의 고향은 숲이 울창한 깊은 산속 이었어
이렇게 험한 꼴 보려고 세상에 나온 건 아니거든
그저 나는 너희들끼리 안아주고 보듬어주며 화목하게 잘 살길 바랄 뿐이야
너희들도 나중에 썩어 문드러지면 내 입장이 될지도 모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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