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로 간다
양 동 진
너에게로 간다
나의 발은 항상 너를 향하여
멈출 수 없는 지고지순함을 신고
그 발걸음으로 다가서고 있다
당신이 살고 있는
저 내면의 깊은 곳
네가 사방 막힌
어둠의 세상에
멈춰서 있을지라도
나는 너에게로 간다
네가 숨 쉬는 동안
너의 내쉬는 날숨이 되고
때로는 들숨에 섞여
너의 내밀한 가슴을 헤집고
너의 품속 한적한 오솔길에 자리 잡아
얕은 숨결로 숨어 살리라
네가 매일아침 화장대 앞에서
화려한 꽃으로 변신할 때
향기론 스킨은 촉촉하게 튕겨지고
그 찰나에 들러붙는 먼지가 되리라
또는 너의 머리카락에 앉은 티끌이 되어
해맑은 웃음에 들썩이는 어깨처럼 찰랑이리라
채워지지 않는 허한 심사를 달래려
나는 너에게로 발돋움 한 채
너의 익숙한 길목에서 바람으로 서성거리리라
하지만 너는 오지 않고
이리저리 뒹구는
낙엽들의 스치는 소리만 오고 있다
가을 찬바람만 아린 속 덧나게 후벼 파면
으슬으슬 찬기에 내 영혼은 떨고 있네요
미운 당신, 야속한 당신 이라며 중얼거리지만
차마 밖으로 토해내지 못한 채
먹먹한 마른 나무가 되어가네요
그대의 그림자만 환영처럼
가로등 불빛에 처량하게 어른거리네
기다리는 설움이 빗물처럼 쏟아지는
불빛아래 한 남자가 떨고 있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