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

겨울 자연 / 이근배

풍경소리(양동진) 2011. 8. 22. 11:09

                   겨울 자연

           

 

                                         이 근 배

 

 

 

나의 자정에도 너는

깨어서 운다.

산은 이제 들처럼 낮아지고

들은 끝없는 눈발 속을 헤맨다.

나의 풀과 나무는 다 어디 갔느냐.

해체되지 않은 영원

떠다니는 꿈은 어디에 살아서

나의 자정을 부르느냐.

따순 피가 돌던 사랑 하나가

광막한 자연이 되기까지는

자연이 되어 나를 부르기까지는

너의 무광의 죽음,

구름이거나 그 이전의 쓸쓸한 유폐

허나 세상을 깨우고 있는

잠 속에서도 들리는 저 소리는

산이 산이 아닌, 들이 들이 아닌

모두가 다시 태어난 것 같은

기쁨 같은 울음이 달려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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