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

풀잎 단장 / 조지훈

풍경소리(양동진) 2011. 8. 21. 11:27

                       풀잎 단장

 

 

                                                          조 지 훈

                

 

무너진 성터 아래 오랜 세월을 풍설(風雪)에 깎여 온 바위가 있다.

아득히 손짓하며 구름이 떠 가는 언덕에 말없이 올라서서

한 줄기 바람에 조찰히 씻기우는 풀잎을 바라보며

나의 몸가짐도 또한 실오리 같은 바람결에 흔들리노라.

아 우리들 태초의 생명의 아름다운 분신으로 여기 태어나,

고달픈 얼굴을 마주 대고 나직이 웃으며 얘기하노니

때의 흐름이 조용히 물결치는 곳에

그윽이 피어오르는 한떨기 영혼이여.

'현대시 ' 카테고리의 다른 글

풀밭에서 / 조지훈   (0) 2011.08.21
고풍의상 / 조지훈   (0) 2011.08.21
승무 / 조지훈   (0) 2011.08.21
사라지는 것은 사람일뿐이다/ 양성우   (0) 2011.08.21
아주 작고 하찮은 것이 / 안도현   (0) 2011.0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