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숲
양 동 진
어둠이 밀물처럼 흘러드는 밤길
숨죽인 입자들이 납작 엎드려 꿈쩍도 않는다.
자신의 영토처럼 손아귀에 넣고
가로등 불빛에도 자리를 내어 줄 기미도 없는 안개.
그는 음험한 혀를 날름거리며 바닥을 기어 다닌다.
몸이 반쯤 잘린 바퀴들이 그 진창 속을 헤치고 달린다.
가끔 한도를 넘은 빛이 눈을 찌른다.
안개 숲에선 일상다반사인 수막을 타는 아찔한 곡예.
달팽이관을 거쳐 고막을 할퀴는
스키드 마크에 찍힌 단말마의 비명.
사이렌이 흔적을 쫓고
레커차는 증거를 수거해간다.
밤길 안개 숲은 위험한 수렁 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