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시

삶의 뒤안길

풍경소리(양동진) 2011. 7. 16. 18:52

삶의 뒤안길 



                                    양 동 진



“트럭으로 싹쓸이 해버리면 난 뭐먹고 살아?” 

악다구니로 외쳐대는 할미꽃

“내 차로 실어 가는데 무슨 상관이야” 

우격다짐으로  고래고래 소리치는 구레나룻 

새우등처럼 굽은 할미는 그 후 소리 없이 사라졌다.

젤리처럼 말캉한 연골이 다해 걸을 수 없다는

씁쓸한 풍문이 가을 낙엽처럼 뒹굴고 

종종걸음으로 키만큼 쌓은 종이 더미

끌고 가던 그 뒷모습이  환영처럼 거리를 쏘다니다가  

무심코 내다놓은 폐지위에 다소곳이 앉았다.

굽이굽이 인생길만큼 힘겹게 굴러가던

카트는 더 이상 볼 수 없고 

무주공산이 되어버린 읍내를 

그 육중한 타이어를 굴리며

게걸스럽게 바리바리

박스를 쓸어 담는 무심한 어깨.

모든 것을 지켜보다가 배려와 도리를 생각했다

서로를 생각하는 보이지 않는 손 같은 꽃 한 송이

저마다의 가슴에  활짝 꽃 필 날 언제일까?

주섬주섬 폐지를 모아

할미가 지나치던 길모퉁이에 내려놓았다

새우등처럼 굽은 할미를 하염없이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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