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뒤안길
양 동 진
“트럭으로 싹쓸이 해버리면 난 뭐먹고 살아?”
악다구니로 외쳐대는 할미꽃
“내 차로 실어 가는데 무슨 상관이야”
우격다짐으로 고래고래 소리치는 구레나룻
새우등처럼 굽은 할미는 그 후 소리 없이 사라졌다.
젤리처럼 말캉한 연골이 다해 걸을 수 없다는
씁쓸한 풍문이 가을 낙엽처럼 뒹굴고
종종걸음으로 키만큼 쌓은 종이 더미
끌고 가던 그 뒷모습이 환영처럼 거리를 쏘다니다가
무심코 내다놓은 폐지위에 다소곳이 앉았다.
굽이굽이 인생길만큼 힘겹게 굴러가던
카트는 더 이상 볼 수 없고
무주공산이 되어버린 읍내를
그 육중한 타이어를 굴리며
게걸스럽게 바리바리
박스를 쓸어 담는 무심한 어깨.
모든 것을 지켜보다가 배려와 도리를 생각했다
서로를 생각하는 보이지 않는 손 같은 꽃 한 송이
저마다의 가슴에 활짝 꽃 필 날 언제일까?
주섬주섬 폐지를 모아
할미가 지나치던 길모퉁이에 내려놓았다
새우등처럼 굽은 할미를 하염없이 기다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