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름의 추억
양 동 진
햇살이 구릿빛으로 파고드는 오후 고인 개울의 녹조류가 점령해버린 물색은 초록을 닮았다 풀잎이 씻겨서 풀물이 들었는지 물빛은 숲속이다. 소금쟁이들은 물위를 밟고 다닌다. 물위를 걷는 듯 실 같은 다리로 수면 위를 미끄러진다. 저 몸통 속엔 빵빵한 공기가 들어있을까 그렇지 않고서야 저토록 쉽게 떠다닐 수 있을까 열기에 지친 잠자리는 꽁무니로 목을 축이고 맴돌던 수컷은 때를 놓칠세라 자꾸만 등 뒤에서 집적거린다. 아이 키만큼 높은 바위위에서 허공을 향해 내던져진 몸뚱어리들 풍덩풍덩 날벼락 소리에 낮잠 즐기던 물방개 놀라서 움츠린다. 팬티 한 장 달랑 입고 더러는 맨몸으로 물장구를 쳐대는 살구 빛 앙증맞은 엉덩이 넘실거리는 반짝반짝 파동 위로 신나는 물똥싸움은 질펀하게 흥을 돋운다. 힘 부친 몇은 너럭바위에 배를 대이고 빨래를 말리듯이 차가워진 살을 데운다. 돌의 온기에 스르르 눈을 감는다. 젖가슴의 포근한 품속 같은 느낌으로 산들바람에 솔솔 잠이 든다. 익어가는 등짝에는 붉은 꽃이 피어나고 여름 내내 태양은 그 등에 진흙 빛 색깔을 입힌다. 하계의 뜨거운 추억 잊지 말라고 태양의 선명한 입술자국 찬바람 불 때까지 너덜거리며 붙어 다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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