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망
양동진
살을 에는 삭풍에 익숙했던 강이 몸을 풀던 날
뚝방길의 끝에 서서
바람의 옷자락을 느끼고 있었다
겨울 바위처럼 차가운 마음을
꽁꽁 언 가슴팍으로 숨겨 두었던
저 빙판같던 나
소녀의 봉긋한 가슴을 감추는 수줍음처럼
움츠렸던 옷섶의 두 손을 풀고
하늘을 향해 두팔을 벌리고 싶다
겨우내 기진했던 내 몸속의 세포들이
훈훈하고 느슨한 봄바람에 깨어나듯
아 나의 억눌림속의 위축된 자아여
춘풍 타고 푸른 창공으로 흩어져
새싹처럼 파릇하게 다시 솟구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