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고수에게 듣는다 ① ‘글쓰기의 전략’ 펴낸 연세대 정희모·이재성 교수
송나라 구양수는 글을 잘 쓰려면 ‘3다(三多)’가 필요하다고 했다. ‘다독(多讀), 다작(多作), 다상량(多商量)’이다.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많이 생각하라는 것. 정희모·이재성 교수 역시 이 말에 절대적으로 동의한다. 많이 읽는 것은 지식을 얻는 데 도움이 된다. 많이 쓰는 것은 문장력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된다. 또 많이 생각하는 것은 구성력을 연마하는 데 보탬이 된다. 정희모 교수는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세계를 깊이 있게 분석해낼 수 있는 지식, 현상과 세계를 적절히 조직해 내는 구성력, 생각을 문자로 표현할 수 있는 문장력이 필요하다”며 “수없이 반복되는 독서와 연습만이 글을 잘 쓸 수 있게 한다”고 말했다.
어릴 때 독서가 글 실력을 결정한다
지식과 구성력, 문장력을 배우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먼저 지식을 얻기 위해서는 독서가 필요하다. 글을 읽지 않고서는 문장의 결합이나 전개 방법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이재성 교수는 “간혹 글을 쓰는 데 독서가 왜 필요한가 묻는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은 언어를 이해하는 과정을 모르는 사람”이라며 “독서는 단지 지식을 얻기 위한 것만이 아니라 남의 문체, 구성, 표현력을 배울 수 있는 과정”이라고 덧붙였다. 어떤 내용을 표현하는 방식, 어투, 예시와 인용을 끌어오는 방법, 서두와 결말을 맺는 방법 등을 익히고 따라 하게 된다는 것이다.
글을 쓸 때 다른 사람의 책을 전혀 보지 않는다고 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 사람도 최소한 자신이 쓴 글은 거듭 읽어 가며 글을 쓴다. 자기 글을 읽고 잘못된 부분을 고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좋은 글을 쓸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능력은 하루아침에 길러지는 게 아니라 꾸준히 책을 읽음으로써 생겨난다. 어릴 때 책을 많이 읽지 않은 학생이라면 과감히 독서 단계를 다시 밟아야 한다. 이 교수는 “글을 잘 못 쓰는 학생이라면 어려운 책을 읽으려 하지 말고 자기 수준보다 한 단계 낮은 쉬운 책을 읽는 게 좋다”며 “이때는 책의 내용보다 문장력과 표현, 구성을 익혀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런 내용을 작가는 어떻게 표현했을까’를 의식적으로 분석하며 읽는 노력이 필요하다.
▲ 정희모 교수(왼쪽)와 이재성 교수(오른쪽).
닮고 싶은 작가의 글을 섭렵하라
요즘 학생들의 글에서 가장 많이 발견되는 문제점은 무엇일까? 바로 어려운 단어만 골라 쓰려는 버릇이다. 정희모 교수는 “지식은 얕으면서 문장은 현학적으로 쓰려는 학생들이 많다”며 “좋은 글이란 문장은 쉬우면서 깊은 내용을 담은 글”이라고 강조했다. 또 요즘 학생들은 어휘력과 문장력이 매우 부족해서 자신의 생각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한다. 평소 알고 있거나 사용하고 있는 한국어의 범위가 매우 좁다 보니 글을 쓸 때마다 매번 똑같은 표현만 반복해 쓰는 경우도 많다. 이재성 교수는 “논술식 글쓰기만 배운 학생들은 서론, 본론, 결론으로 딱 나뉘는 판에 박힌 글을 쓰는데 모든 글을 그렇게 써서는 안 된다”며 “이런 나쁜 버릇을 빨리 버리고 다양한 구성과 문형을 익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좋은 문장을 쓰려면 정확한 문법은 물론 좋은 문형을 알고 있어야 한다. 우선 자기가 닮고 싶은 글을 쓰는 작가가 있다면 그 사람의 글을 구해 읽는다. 같은 글을 여러 번 읽어도 좋고, 그가 쓴 글을 전부 섭렵해도 좋다. 따로 무엇을 분석하고 외울 것 없이 그냥 죽 읽어나간다.
특별히 닮고 싶은 사람이 없다면 여러 사람의 단편소설이나 수필을 사서 죽 읽어본다. 그 중에서 막히지 않고 술술 잘 읽히는 작가의 글을 선택하자. 술술 잘 읽히는 글이 자신의 문장 호흡과 일치하는 글이기 때문이다. 정 교수는 “좋은 글을 읽는 것은 좋은 문형을 내 것으로 만드는 일”이라며 “좋은 문형을 많이 익히면 굳이 문법을 따로 익힐 필요조차 없다”고 말했다. 왜냐하면 문형은 언어를 사용하는 틀이고, 문법은 이것을 정리한 것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글쓰기 실력을 먼저 진단해야
보통 문장력은 글쓰기의 기본에 해당하기 때문에 따로 공부하지 않고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또 어떤 사람은 자기 문장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조차 모르는 경우도 많다. 가장 심각한 경우는 자신이 문장을 아주 잘 쓴다고 착각하는 사람이다(이런 사람이 의외로 많다). 정 교수는 “수업을 하다 보면 자신의 글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모르는 학생들이 많다”며 “먼저 자신의 글 실력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문제점을 고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장을 잘못 썼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뛰어난 문장가라도 모든 문장을 완벽하게 쓰기 힘든 법이고, 좋은 글이 나오지 않아 벽에 머리를 찧고 싶어할 때가 많다. 다만 점검과 교정을 통해 완벽을 기할 뿐이다.
좋은 문장은 얼마나 성실한 교정 작업을 거쳤는가에 비례한다. 어법 부분에 자신이 없으면 문장에 관한 책을 한 권 사서 공부하라. 그리고 매번 글을 쓰고 난 후 어법에 어긋나는 문장은 없는지 의미가 통하지 않는 부분은 없는지 꼼꼼히 검토해 보라. 그래도 의심스러우면 반드시 주위 사람에게 보여주고 자문을 받는 게 좋다. 정 교수는 “자신의 글을 읽고 문제점을 지적해 줄 선생님이 필요하다”며 “이때 선생님은 틀린 부분을 지적만 해줄 뿐, 절대 문장을 직접 고쳐줘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기사출처 : 조선일보 오선영 기자(글) syoh@chosun.com, 김승완 기자(사진) wanphoto@chosun.com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7/08/15/200708150060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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