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김진경
오늘 숲길을 걸었다. 간벌을 위해 닦아놓은 길을 따라 올라가노라면 여기저기 흙이 무너진 곳, 새로이 흐르는 작은 개울물, 간혹 베어진 통나무를 만나곤 한다. 숲 깊이 들어가노라면 어느새 나무들의 향기에 싸이고, 이 향기는 어디로부터 오는 것일까? 다시 베어진 통나무 더미를 만나 숨이 멎듯 발걸음을 멈춘다. 진한 향기는 베어진 나무의 생채기에서 퍼져 숲을 가득 채우고 있다.
우리의 상처에서도 저렇게 향기가 피어날 수 있을까?
가만히 땅에 눕는다. 옷을 벗든 악취나는 몸을 벗어버리고 싶다. 생채기가 향기일 수 있는 것들의 실뿌리 파고들어 이윽고 향기일 수 있을 때까지 눕고 싶다. 붓꽃이며 복사꽃 또 노란 양지꽃 제 상처에 열심히 꽃을 피우고, 서로 다른 향기가 만드는 길을 따라 벌들이 붕붕대며 날고 있다.
♣ 숲길 : 자연적인 길
♣ 간벌 : 쓸모없는 나무를 솎아내는 일
♣ 길(첫행) : 인공적인 길
♣ 여기저기 ~ 만나곤 한다 : 인간에 의해 파괴된 자연
♣ 우리의 ~ 있을까 : 숲의 향기와 인간의 상처를 대비함
♣ 생채기가 ~ 것들 : 자연의 본질
♣ 붓꽃이며 ~ 양지꽃 : 동화되고 싶은 자연
♣ 길(마지막행) : 자연적인 길
핵심정리
갈래 : 자유시. 서정시
성격 : 교훈적, 사색적
어조 : 예찬적, 기원적 어조
표현 : ① 인간과 자연을 대조함 ② 숲의 상처와 향기에서 삶의 교훈을 이끌어 냄
제재 : 숲
주제 : 인간 문명의 파괴성과 숲의 포용성
해설
이 시는 인간과 자연을 대조하여 인간 문명의 파괴성을 비판하고 생채기에서 향기를 내뿜는 숲의 포용력을 강조하는 작품이다. 화자는 숲길을 걷고 잇다. 간벌(間伐)을 하기 위해 길이 나 있고 여기저기 베어진 나무들이 보인다. 화자는 숨이 멎듯 발걸음을 멈추는데, 그것은 숲이 내뿜는 향기 때문이다. 베어진 나무들이 향기를 풍기고 있다. 화자는 어떻게 상처에서 악취가 아닌 향기가 날 수 있는가를 묻는다. 그러면서 베어진 나무의 생채기에 악취나는 자신의 몸을 눕힌다. 인간도, 인간의 문명도 향기가 될 수 있기를 바라는 시인의 바람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