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오상순
흘러가는 구름
따라가던 나의 눈
자취 없이 스스로 사라지는
피녀(彼女)의 환멸(幻滅) 보는 순간(瞬間)에
슬며시 풀어지며
무심(無心)히 픽 웃고
잇대어
눈물 짓다…….
오상순(吳相淳, 1894.8.9 -1963.6.3)
1894년 서울 출생. 호 공초(空超). 너무나 많은 담배를 피웠던 관계로 흔히 꽁초로 불린다. 경신학교(儆新學校)를 거쳐 일본 도시샤[同志社]대학 종교철학과를 졸업하였다. 1920년 김억(金億)·남궁 벽(南宮璧)·염상섭(廉想涉)·황석우(黃錫禹) 등과 함께 《폐허(廢墟)》 동인이 되고 처음으로 《시대고(時代苦)와 그 희생》이라는 글을 발표했다. 이후 《폐허》를 통하여 계속 작품을 발표했는데, 초기 시들은 주로 운명을 수용하려는 순응주의, 동양적 허무의 사상이 짙게 깔려 있다. 1924년 보성고등보통학교 교사, 1930년에는 불교중앙학림(佛敎中央學林:동국대학교 전신) 교수를 역임하기도 했으나 대부분의 세월을 방랑과 담배연기, 고독 속에서 보냈다. 주요작품으로 《아시아의 마지막 밤 풍경》 《방랑의 마음》 《첫날밤》 《해바라기》 등 50여 편이 있으며 시집으로는 <공초 오상순 시선집>, <방랑의 마음>, <허무혼의 선언>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