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소리(양동진) 2011. 11. 18. 11:39

                  입대  



                                     양 동 진



보충대 앞 이발소 한 무리의 사람들

띄엄띄엄 앉아 늦은 머리를 밀고

마지막까지 남겨둔 긴 머리 싹둑싹둑

당분간 자유분방한 사생활은 접었습니다

붕붕대는 바리캉은 사정없이 밀고 당겨

밋밋한 뒤통수 내복 벗은 겨울처럼 허전해  

빽빽하게 들어찬 가을 벼

트랙터 지나가 밑 대만 덩그러니 남듯이

그 길 한번 날 때마다

마음 숭숭 뚫려 시베리아 찬바람 불어  

꽃미남은 아니라도 거울 속 자화자찬의 미소로

이 정도면 됐지, 우쭐대며 신나는 휘파람 불며, 

앞머리 매마지던 그런 날 있었지 

허나 지금은  쥐꼬리 만 한 녹을 받고

청춘의 말미 맡겨두는 때  

장군의아들도, 신의 아들도 아닌

나는 대한의 아들이라 자위하면서

삑삑 호르르 삑삑 호르르, 날카로운 호루라기 소리

물길이 열리듯 갈라지는 인파의 바다

민간인의 대로에서 군인의 고샅길로 돌아서는  

썰물이 빠지듯이  글썽이는 눈빛,  낯선 조교의 날선 눈초리 

빨간 채양 아래 차가운 말 무더기무더기 쏟아져

오월의 꽃비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