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시

어떤 씁쓸함에 대하여

풍경소리(양동진) 2011. 11. 15. 21:09

              어떤 씁쓸함에 대하여 



                                     

                                      양 동 진



허름한 빌라 맨 꼭대기로 둥지를 옮겨

한 이틀이나 사흘 부지런 떨다가

나흘 째 되던 날 밑층에서

중년 남자 씩씩거리며 올라와

쿵쿵거린다고 소란하다고


수돗물이 졸졸졸

노인의 오줌 줄기 같아

불같은 아내 모터펌프를 달고서

묵은 체증 내려가듯 흐뭇한 미소로 

시원한 물줄기는 콸콸 

허나 물만 쓰면 윙윙대는 모터소리

고즈넉한 밤중엔 유난스레 커져

신경에 날이 서고, 또 항의 올까 노심초사

뒤꿈치 들고 다녀라, 뛰지 마라 아이에게 주문하면

그게 안쓰러워, 안쓰러워


옛날 살던 단독 전세 생각나

쿵쿵 레슬링도, 공중제비도, 물구나무서기도 했던

그 셋방살이가 그리워

못할 노릇이다 자위하면서

뛰놀 시간도, 공간도 희박한 시대

그래서 아이는 진화하는 걸까

컴퓨터 앞에 붙박이처럼 붙어

쥐죽은 듯 싸늘하게 놀아 

밖에 나가 놀지도 않아 

어른의 고독처럼

 

 

어디에 살고 있니, 너는  / 양 동진



어둠이 내려앉은 일요일 오후

농구장 귀퉁이서 웃음 꽃

송이송이  피어난다

재미 꽃 신나게 쏟아진다

엄마가 슛을 날리고

아이가 슛을 날리고

통통 튀어 오르는 공

톡톡 움트는 행복 새싹 

신명나는 비명이 

쩌렁쩌렁 울려대는 공터의 농구장 

모자의 백만 불 추억 하나 핀다

어떤 핏줄이든 아이에겐,

놀아주는 이 시간이 최대의 행복인 것을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의 벤담 철학자도

이것을 알았을까?

행복은 아주 가까이

아주 하찮은 곳에

숨어 산다는 것을.



이유 있는 운동 / 양 동진



헬스장에서 러닝머신을 타면

비 오듯 쏟아지는 땀방울

핏줄이 꿈틀거리며

비지땀을 쏟아낸다  

똑 

똑 

떨어지는 방울땀 

바닥에 삼삼오오

오종종 모여서는

내일의 술자리 이야기 한다

한 잔 하자고, 어디가 좋을까

몸이 싱싱할수록

술은 들어갈 입구가 많은 법

우리는 해로운 걸

참고 이겨내려고 

저토록 

질퍽하게 

운동을 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