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유희

막차를 기다리며

풍경소리(양동진) 2011. 11. 15. 20:38

 막차를 기다리며 




                                       양 동 진 



어스름 송이송이 만발한 칠흑 같은

머리채 드리운 버드나무 한 주

기다리며  서성이는 머리 위

또 초조한 생각 위를

부드러이 쓰다듬는다 


아직 찬바람 가시지 않듯

아랫목의 온기도 여전히 남아 있을 

익숙한 옷처럼 아늑한 집이여 


얼른얼른 오지 않는 엔진의 발소리 

휘영청 달빛 속에 서성거리는지

더딘 흐름 속에 더딘 걸음으로 오는 바퀴


구르며 걸어가는 인생이 어디 너뿐일까

나, 오늘 하루를 구르며

먼지와  때에 절어 

시커먼 너의 얼굴처럼

보이지 않을 뿐 얼룩얼룩 멍울졌다 


끄트머리 시간에 쫓기는 우리는, 정류장처럼

하염없는 목석같이 기다림에 익숙하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