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설
항설
양 동 진
그의 실체를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떠도는 풍문으로 떠돈다는 말로 존재할 뿐
매 맞고 사는 아내가 야반도주 했다고 칠흑의 그림자가 언질을 주고
또 그녀를 찾으러 낯선 거리를 전전한다는 사내 얘기, 항간에 수면으로 떠올라
달밤의 소곤거리는 귓속말, 가로등이 엿들었다는 전갈 바람결에 들었다는
삽시간에, 파다하게 라는 말과 가장 어울리는 나
언제나 사람들의 입맛대로 취향대로 각색되어지고 변형되고
붙어 다니는 수식어에 일상다반사라는 말은
연기는 솔솔 피는데 실체는 없다는 것
너무도 은밀히 건네는 별과 달의 침묵의 수신호로 이루어진 탓
독수리눈의 사각지대에 나는 뱀처럼 똬리를 틀고 은닉하고 있었던 것
실체 없는 진실은 나를 어둠을 타고 다니는 밤 고양이 등에 업혀
은폐와 엄폐에 능숙한 저격수로 살아서
빠른 물살에도 성난 폭풍에도 거침없는 첩보원의 암약처럼
월담하는 달의 은밀한 음영으로 활개를 치고
붉은 혀를 날름거리며 낮밤을 가리지 않고
게걸스럽게도 입에 오르락내리락 군침을 질질 흘리며
또 그는 위기 속에서 더욱 번쩍이는 수완을 쏟아내
소리 없는 전쟁의 선봉장이 되어 치고나가
그 꼼수로 맞불을 놓듯 또 다른 그것을 지르기도 한다
그것은 실체 없는 진실이므로 의문의 바구니에 넣어야한다
요즘엔 건네주는 손과 발이 무척이나 날랜 , 핏줄처럼 촘촘한 망을 갖고서
심장의 펌프 속도만큼 기민한 놈이 나타나, 삽시간에 라는 말이 제격인
천리마를 타던 파발의 바람보다 한 수 위인, 그를
몸서리치게 두려워하는 무리들, 지금 머리를 감싸는 중
가끔, 그가
손을 놓고 소일거리로 잡담이나 한담을 풀어 놓을 때
풀이 죽어 시들어 갈 때
잔잔한 항아리 속에 머물 때
그 시절이 살기 좋은 때라고
슬며시 다가와 귀엣말로 속마음 풀어놓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