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시

첫차는 희망이다

풍경소리(양동진) 2011. 11. 1. 11:02

        첫차는 희망이다  



                                                양 동 진




새벽 어스름을 껴입고 첫차를 기다리는 사람들 

웅크린 어깨위로 가시지 않은 추위가 내려앉고

아직은 남아있는 여명의 시야로 성에 낀 유리창은 침울하다

대합실 의자에 드문드문 엉덩이를 앉히고 더러는 가뭇없는 걸음을 쭈뼛거린다

붉은 해는 아직 노란 잠에서 깨어나지 않고

누렇게 뜬 사람들의 얼굴엔 역력한 피로의 그늘이 드리워져 있었다

차를 기다리는 낯설음은 졸음에 쫓겨 사라지고

오직 떠나야할 시간을 먼 바다의 등대처럼 바라본다 

모두들 이른 새벽 어디로들 향하는지

분주하지 않은 싸늘한 의자에 몸을 맡긴 채 졸고 있거나

몇은 잠을 몰아 낼 커피 한 잔을  옹송그리게 쥐고 있었다  

어둠은 이제 사위어가는 중, 햇살이 점점 어깨를 펴고

활보를 할 쯤 붕붕거리며 차가 새벽안개를 헤치고 접안을 한다 

새벽 출항을 하는 어부의 묵묵한 냉정함으로

모두들 저마다의 채비를 꾸리며 줄을 서고

아무런 경쟁도 없이 들어선 차례로 올라가며

이내 물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그물처럼 엮여 자리를 잡는다

입질을 기다리는 강태공의 초연함 같은 기다림에 이력은 쌓여만 가고 

내면의 침묵 속으로 닻을 올린다 

첫차는 하루의  노란 설렘으로 물들인 항해이며  

오늘의  희망은 이제 발랄한 수다처럼 재재거리기 위해 출항을 한 것이다